"등록금 전면폐지, 재정 부족? 충분하다"
[신년기획-강성종 박사 인터뷰②] "知囊 역할 못하는 사립대는 국가가 흡수해야"
 
안일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모색으로 마련한 강성종 박사와의 첫 번째 인터뷰가 ‘경제’였다면 두 번째인터뷰는 ‘교육’을 다룬다. 강 박사는 뉴욕시립대학 마운트 사이나이 의과대학,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 등 유수의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강 박사는 교수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국가의 교육정책 및 기조에 대해서도 여러 주장을 폈다. 이공계 기피와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서는 ‘학문의 부흥’을 강조했다. 사립대의 도립/시립대로의 전환과 대학 등록금 전폐를 주장했다. 대학 등록금 전폐로 인한 재원 마련에 대해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간강사 문제에 있어서도 ‘모두’ 전임강사로 전환해야 하며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자신이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독일과 석궁 논란에 휩싸였던 김명호 교수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언급을 했다.

강성종 박사와 인터뷰는 크게 경제, 교육, 과학기술 세 부분으로 나눠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분야를 다룬다. - 필자 주.

인문과 과학은 ‘새의 두 날개’…학문의 부흥이 급선무

안일규 : 박사님께서는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국가가 과학기술정책을 우선으로 두고 과학기술 및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인문학의 위기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강성종 : 이공계 기피현상은 상당히 간단한 문제입니다. 이공계를 졸업하고 바로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며 미국과 서구선진국가에서 보여주듯이 급여가 일반대학 출신보다 많다면 이공계 기피현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이공계 출신, 즉 과학기술가가 상당히 부족한 나라입니다. 이공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혈안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인문계에 관해서 한국 사람들이 약간의 편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문사회과학은 동등하게, 아마도 더 중요합니다. 인문과 자연은 마치 새의 두 날개와 같습니다. 한 날개만 없어도 날 수 없습니다. 인문계의 발전 없이 과학만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희랍어나 라틴어에서 과학 (Science) 이란 말은 지식(Scientia)이라는 말입니다. 자연이나 인문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동양에서 과학이란 말을 만들었을 때 知學이라고 했었어야 합니다. 서구의 과학사를 보면 자연과학은 인문사회과학이라는 달걀에서 부화한 병아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 달걀은 인문사회학의 닭에서 나왔으며 계속 나올 것입니다.

인문사회가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 자연과학만 발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급한 것은 인문사회학을 부흥시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학문의 부흥이 급선무입니다. 지금 한국 정치 보십시오. 증권시장 사장인지 대통령인지 모를 지경으로 나라가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의 파생상품, 신용카드 남발, 1초를 다투는 전자증권거래 등 도박경제에 종지부를 찍고 학문의 부흥으로 새로운 모식을 설정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나라가 됩니다. 학문의 부흥은 현재의 어떤 가치보다 반드시 상위에 있어야 합니다.

안일규 : 박사님께서는 “핵심이 아닌 분야에 지나치게 우수 인력이 몰리고 입학하기를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분야별 인력 구조조정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선 국가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강성종 : 사실입니다. 대학교육을 크게 구분하면 면허증을 받아서 생활의 안전을 추구하는 직업학교와 학문의 부흥과 국가의 지식창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무 면허증 학문위주의 대학이 있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직업선택에 있어 명확한 구분은 없습니다. 상당히 적은 숫자이지만 의사, 약사, 치과의사 중 첨단연구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핵심과학이 있으며 주변과학이 있습니다. 핵심과학에는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학, 우주천체학 등이 있고 주변과학에는 방송 통신학, 신문학, 복지학, 경영학, 호텔경영학, 등으로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북한과 라는 곳도 있더군요?

면허증 따려고 들어오는 학생 수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구나 연구소가 있어 항상 모형연구를 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특히 의사나 약사, 초중고 학교 교수는 인성교육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이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 문제를 완전히 시장경제에 맡기고 있는데 의사 공부 8년하고 의사과잉으로 다른 직업으로 가거나 사기를 치게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낭비입니다.

안일규 : 박사님께서는 대학 학사 4년과 대학학력 없는 취업 4년을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학벌사회인 한국에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성종 :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대학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인정되면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물론 더 우수하면 대학졸업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합니다. 능력주의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은 知囊 지낭 Think Tank!, 역할 못하는 사립대는 시립/도립으로 전환해야

안일규 : 박사님의 주장인 사립대의 시립/도립화로의 전환은 반발이나 현실성 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립대는 왜 시립대나 도립대로 전환되어야 합니까?

강성종 : 우선 모든 구라파 대학은 사립이 아닙니다. 사립대학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립대학이 독소적인 존재입니다. 회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사립대에선 교수는 고용인, 학생은 고객입니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고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굶어죽지 않는다는 압박감에 대학회사들은 제 마음대로 등록금을 받습니다.

교수들은 강의가 많아 연구에 전념할 수 없습니다. 몇 개 대학 제외하고는 한 과에 교수가 하나 있는 곳도 많습니다. 모두 시간강사로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학이 어떻게 연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은 지낭단(智囊團, Think Tank)여야 합니다. 사립대학이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사명을 수행할 수 없으면 국가가 흡수해서 대학이 연구와 교육, 지낭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 "대학은 지낭단(智囊團, Think Tank)여야 합니다. 사립대학이 이와 같은 중대한 국가적 사명을 수행할 수 없으면 국가가 흡수해서 대학이 연구와 교육, 지낭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자보(자료사진)
안일규 : 사립대가 시립/도립대로 전환된 사례가 있습니까?

강성종 : 미국의 경우를 한 번 봅시다. 미국은 대학도서관이 그 지방 시민에게 문이 열려 있습니다. 프린스톤대학의 도서관은 푸린스톤 도시 시민이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책도 빌릴 수 있고 없는 책은 주문도 할 수 있습니다. 프린스톤대학은 사립대학입니다. 그 도시에서 살지 않아도 학생처럼 그곳시민처럼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불편 없이 이용합니다.

서울대학을 봅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이 국민에게는 문이 닫혀있습니다. 대학은 백성들의 것입니다. 현재 사립대학이 그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한 대학의 질은 바로 국가의 질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질을 높여야 합니다.

미국 인디아나에는 세계적인 유명한 사립대학이었던 퍼듀대학이 있습니다. 재정난으로 그 명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서 인디아나 주가 인수했습니다. 물론 주 공무원이 운영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결과 주립대학 수준의 등록금을 받으니 학생들에게도 다소 도움이 됩니다.

안일규 : 주 공무원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국유화 개념과는 다릅니까?

강성종 : 대학을 국가가 인수한다고 해서 국가 공무원이 운영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각 학교마다 ‘참의원’ 제도를 도입하고 참의원은 무보수 자원봉사로 사회의 지도자가 해야 합니다.

안일규 : 교육의 지방 분산화를 주장하시는데 이로 인한 효과는 어떤 게 있습니까?

강성종 : 대학의 지방 분산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 인구의 분산 2. 재정의 분산 3. 예술, 학문, 병원의 분산 4. 도시 지방의 편차해소 5. 산업의 분산 6. 땅값의 평준화 7. 지식의 분산 등 다양합니다.

지방대학은 특히 기능직업대학, 예를 들면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법과대학 등등은 그 지방 출신으로, 다시 말해서 그 지방에서 초, 중, 고를 졸업한 학생으로 50%는 채워야 합니다.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얼마나 멋이 있는지. 공부하러 서울로 모두 몰리면 지방의 낙후는 영원하게 됩니다.

안일규 : “시간강사를 모두 전임강사로 전환해도 대학교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평소 주장은 한국에서 생소합니다. 어떤 상황이기에 모두 전환해도 부족한 것입니까?

강성종 : 지금 교육부에 보고한 교수 숫자와 실재 교수 숫자는 터무니없이 다릅니다. 돈에 혈안이 된 사립대학이고 또 그런 목적으로 사립대학을 세운결과로 대학교수 숫자 늘리면 대학 파산합니다. 그래서 퍼듀대학처럼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사실은 대학의 학생 숫자는 교수 숫자와 같아야 합니다. 경제가 뒷받침을 못하기 때문에 이상적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러한 사실은 알아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보따리장사라고 하는 시간강사를 한 번 보세요. 학문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래서 무슨 학문이 나오길 바랍니까? 제가 알기로는 이명박이 학문이 왜 필요한지를 말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거짓말인지는 몰라도 이런 소문 자체가 벌써 틀렸다는 겁니다. 그저 부자한테 가서 Yes만 하면 사장도 되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입니까?

대학에서도 천대받는 학과가 있습니다. 즉 비인기 학과들입니다. 그래서 서울대학의 고질병이었던 동물과가 이름을 분자생물학과로 바꾼 후 매우 인기 있는 학과가 되었다고 합니다. 1979년 전국 생물학 학생회 주최 회의에 가서 강연을 한 적 있습니다. 그때 저는 생물학에서 제일 중요한 과가 동물과라고 했습니다. 두뇌가 있는 학과가 동물과 외에 어떤 학과가 있습니까? 라고 했더니 약 350명이 참석한 이 학생회원 다들 좋다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런데도 동물과는 인기가 계속 없었습니다.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인기가 없어도 정부는 많은 지원을 해야 합니다. 비인기 학과 시간강사를 모두 전임화해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대학교수 수가 전국적으로 너무 적습니다. 얼마나 적냐고요? 지금 인문 자연 사회를 모두 합쳐서 대학 학생 수를 8로 나눈 수가 대학교수 숫자여야 최소 적정수치입니다. 과 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자연과학은 2로 나누어야 합니다.

등록금은 전폐해야, 재정 부족? 충분하다

안일규 : 그동안 등록금 문제에 대해 “등록금 전폐 혹은 1/10으로 내려야 한다”고 하셨는데 비판도 많을 것 같습니다.

강성종 : 개인의 지식은 국가의 지식입니다. 등록금은 없애야 합니다. 사실 1/10도 말이 안 됩니다. 무엇의 1/10입니까? 학생들 각각의 지식은 누구의 지식입니까? 국가의 지식입니다. 국가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 쓰는 것입니다.

안일규 : 등록금 전폐를 감당할 재정 마련책으로 어떤 게 있습니까?

강성종 : 재정 문제는 없습니다. 지금 누구는 돈이 많아서 한국대학에 입학이 안 되면 외국으로 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깡패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자가 내는 세금이 너무 적습니다. 稅收(세수 - 편집자 주)를 늘리면 가난하고 장차 국가의 인재가 될 학생을 무료로 교육할 수 있습니다. 모든 대학을 등록금 없는 대학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투자입니다.

덕국을 한번 보세요. 제가 다니던 튜빙겐 대학은 역사가 550년! 지난 550년 동안 등록금 받은 일이 없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전 나라가 폐허에서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할 때에도 등록금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등록금, 대학재정 운운하는 사람들은 정신 빠진 사람들입니다. 덕국에서 장학금이라고 하는 것은 생활비를 주는 것입니다.

▲ "세상에서 제일 값싸고 효율적인 투자가 바로 교육입니다. 지금 한국의 돈은 대부분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대자보(자료사진)

세상에서 제일 값싸고 효율적인 투자가 바로 교육입니다. 지금 한국의 돈은 대부분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분단국가의 불안이 잠재의식 속에 깔려있습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하나만으로 재산도피가 몇 달 사이에 엄청나게 일어났습니다. 일확천금하겠다는 무지의 투자가들이 미국으로 와서 땅에 돈을 몰아넣었다 지금 모두 망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노무현이 부추겨서 없어진 돈이 무려 1년에 몇 십조에 달합니다. 이것들만 장려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돈이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이 리만 브라더스 (Liemann Brothers) 에 2조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날린 얘기는 다들 잘 알고 있지요? 그건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크고 작은 부실투자의 액수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합니다. 왜 재정을 걱정합니까? 지금 아파트가 왜 이리 비쌉니까? 국토개발원과 건설회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지금 아무리 비싸게 지어도 평당 350만원이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거래되는 가격은 천만 원이 넘습니다. 그 돈 모두어디로 갔습니까? 돈이 없어서요? 아닙니다.

안일규 : 저서를 통해서 “아이가 소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훈련을 받으면 두뇌에 이상이 생기고 체한다”는 주장도 하셨습니다. 이 발언은 조기교육 혹은 일종의 국가 교육병 열기를 비판하신 것 같습니다.

강성종 : 주입식 교육은 창조성 교육의 적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많이 알아야하지만 먼저 알고 그 다음에 분석해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소화라고 합니다. 교육이 생활이어야 하는데 지나친 주입식 훈련은 오히려 두뇌를 파괴합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교육은 자살을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일규 : 수학교육은 학생들이 공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과 대학까지의 교육이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수학교육을 뜻합니까?

강성종 : 대학에 필수과목이 있습니다. 정치학과나 법과대학에서 미적분 방정식을 필수과목으로 하면 됩니다. 수학을 잘해야 법정에서 판단도 잘합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을 골고루 인문계 필수과목으로 해야 합니다.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고 나는 인문계 지망생인데 왜 수학이나 물리학은 해야 하냐?”고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갈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독일의 매력과 대학의 의미

안일규 : 독일의 전문학교, 교육기관, 마이스터 같은 게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강성종 : 덕국(독일은 일본이 쓰는 말로 일본도 처음에는 덕국이라고 했다가 원어 도이스 Deutsch 라는 발음의 한문이 獨逸이기 때무에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 주)의 과학기술, 경제구조 뒤에 숨어있는 힘이 바로 전문학교입니다. 학교, 연구소,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필수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전문대 출신입니다. 이들에 대한 존경심과 직업보장이 앞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전문대학은 마치 정규대학 못가는 사람들의 대합실처럼 되어있을 것입니다.

안일규 : 독일의 백림대학을 통해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강성종 : 시작부터 멋있습니다. Friedrich 대제가 이상적인 대학을 백림에 만들겠다고 작심한 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궁금해서 전 나라에 이상적인 대학을 만드는데 제안해달라고 공고를 했습니다. 여러 제안 중 철학가 Fichte의 제안이 받아들어졌습니다. 물론 그가 초대 총장을 했습니다. 처음에 대학을 만들어 놓고 건물이 없으니까 Friedrich 대제가 자기 궁전을 내 놓았습니다. 그래서 백림대학생들은 궁전에서 공부했습니다. 이것부터 우리가 배워야 합니다. 한국은 문교부 과장 몇 명이 여기저기서 베껴서 서류를 만들고 교육부 장관은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청와대에 올렸을 겁니다.

백림대학의 또 다른 매력은 교수 유치 전쟁입니다. 철학의 헤겔은 모셔오는데 성공했지만 가우스(Gauss)를 모셔오는 건 실패했습니다. 당시 문교부장관에는 홈볼트였는데 그는 현직 장관으로서 그 대학에서 직접 강의를 들은 학생이었습니다. 이게 모두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아닙니까?

안일규 : 박사님께서는 “독일은 정신과학과 인문, 철학이 병행하면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강성종 : 저는 1960년에 덕국으로 과학공부를 하러갔습니다. 튜빙겐에 도착하니까 의학을 전공하는 덕국친구 하나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2차대전 폐허에서 구라파를 건져낸 힘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는 이미 대답을 가지고 한 질문이었습니다. 답은 하이덱거(Martin Heidegger)의 시간과 존재(Sein und Zeit)와 에디 피아프(Edith Piaf)의 샹송입니다. 에디 피아프의 장미꽃 인생(La Vie en Rose)은 한국 사람이면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하이덱거의 시간과 존재는 상당히 두꺼운 책입니다. 그러나 쉬운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떻게 구라파를 정신적으로 살리느냐고요? 그 책에서 전체적으로 흐르는 주제 (Theme) 은 ¡°보살핌¡± 입니다. 라틴어로 Curum. 즉 인간의 존재는 서로 보살핌에 있다는 것입니다. 데카르트의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 한다(Cogito ergo sum) 라는 논리에서 한층 뛰어 넘은 것이지요. Curo ergo sum (나는 남을 보살피기 때문에 존재한다) 는 말입니다. 이 말은 하이덱거가 한 말은 아닙니다. 제가 그 책을 읽고 요약해서 만든 말입니다. 이는 사회공동체생물학과도 일치합니다.

그 친구의 말로 또 하나는 덕국에선 덕국 나라 전체와도 바꿀 수 없는 유명한 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式 공산주의자 에른스트 블록(Ernst Bloch)입니다. 저는 이 두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화하는데 1년 이상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에디 피아프의 샹송도 부를 줄 알고 Ernst Bloch와 Martin Heidegger의 전공가 이기도 합니다.

(론돈타임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첫째가는 연구소인 막스 푸랑크연구소를 한번 보세요. 막스 푸랑크연구소는 화학연구소로 시작했습니다. 초대 소장에 사회주의 복음신학가 하르낙 목사를 소장에 모셨습니다. 소장이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61세! 81세까지 20년 동안 소장으로 있으면서 노벨상을 20명이나 배출했습니다. 한국 한번 상상해보세요. <과학도 모르는 목사가 뭘 안다> 고 과학가들이 반대궐기대회를 했을것 입니다. 61세? 그런 늙은이를? 그리고 청와대에 투서가 꽤나 들어갔을 거고요. 중국 보세요. 중국 과학기술대학 창립총장에 역사학가 郭沫若 Guo Moruo를 모셔왔습니다. 우리는 머리가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합니다.

안일규 : 박사님께서는 대학에 대해 “재능이 있는 학가들의 집합소이기 때문에 교수들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친구로서 함께 먹고 마시고 함께 이야기하는 광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이 관점에서 한국의 현실과 가야 할 길은 어떻습니까?

강성종 : 각 대학이나 연구소를 보면 라운지(휴식실)가 없습니다. 교수들이 앉아서 장기 두는 곳은 있지만 학생들은 가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교수를 피합니다. 기름과 물입니다. 학생 휴게실은 거리가 멀어서 이용하기 힘듭니다. 심포지움(Sym-posium)이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함께 마신다”는 뜻 아닙니까? 가정처럼 서로 섞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일규 : 한국의 대학을 서구와 같은 수준의 연구대학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연구대학으로 가기 위한 길은 어떻게 됩니까?

강성종 : 대학은 한마디로 말하면 智囊機構(지낭기구, Think Tank)입니다. 이는 첨단연구만으로 가능합니다. 아니라면 양노원이나 박물관입니다. 智囊機構래야할 대학 한번 보십시오. 대학청소부들이 밥 먹을 곳이 없어서 변소에서 식사를 한다지 않나요? 대학교수 누구하나가 반기를 들고 데모를 했습니까? 덕국이서는 상상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방법은 우선 교수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업적위주의 학교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 수에 맞춰 강의하는 수로 비례해서는 안 됩니다. 지식을 유지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20년만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면 미개국이 됩니다. 그래서 교육 자체가 연구교육이어야 합니다. 학문은 어느 한 쪽에 치중해도 안 됩니다. 중요성과 우선권은 있을 수 있습니다.

안일규 : 저서 <백년대계~>에서 석궁논란이 있었던 김명호 전 교수를 언급하셨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성종 :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김명호 교수 앞에 가서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해야 할 법관들이 법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김명호 교수를 감옥에 넣었으니 말입니다. 법이라는 미명하에 그를 감옥으로 집어넣었다면 과연 그들은 삼성비자금이나 많은 재벌기업에도 같은 법의 잣대를 사용했습니까?

과학가에 대한 존경 없이 과학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 그 누가 과학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이공계 기피현상 당연한 결과입니다. 과학가만 존경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 교육이 전혀 없습니다. 미국 맨하탄 프로젝트의 물리학가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Jr)가 소련에 원자탄 제조 비밀을 줬다고 스파이로 몰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법이 감히 그를 기소할 수 없었습니다. 과학가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이라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어떻게 고시준비 책 몇 권 읽고 고시합격해서 법관이 되여 수학의 석학에 괘씸죄를 적용합니까? 미국의 공안당국도 중국인 석학 錢學森 Qian Xuesen (당시 칼리포니아공대 Caltech 교수) 이가 스파이로 연류 되었을 때도 가정방문 조사를 했습니다. 감옥에 집어넣었다는 얘기도 가택연금이었습니다. 한국법관들 정말 안하무인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교육이 발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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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어. <대자보> 정치부 객원기자.

정치와 대중교통 문제를 다룹니다. 부산에 주로 머물며 지방의 현실을 고민합니다. 진보를 자처하기보다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제 3의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고자 합니다. '이념'보다 '현실'에 초점을 둡니다.
 
기사입력: 2011/01/17 [13:53]  최종편집: ⓒ 대자보


Posted by 쿼바디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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