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을 만났다. 5월 12일 토요일 오후 2시. 서울대학 호암교수회관 야외 카페에서 「포카리스」라는 캔 음료수를 들고 한시간. 1년전 국회 대학교육 토론회에서 만난후 처음이다.

 

사람은 실패와 실수에서 성숙한다. 인생이 실패도 실수도 없이 승승장구로 나가기만 한다면 이는 영혼이 빠진 영웅은 될지는 모른다. 헤겔의 말대로 역사에서 쓸것이 없다. 이는 역사에서나 정치에서나 개인의 성숙과정에서 白板 Tabula rasa 혹은 白紙에 불과하다.

 

우리는 만나서 서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을뿐 별 얘기를 하지않았다. 별로 할 얘기도 없었다. 나는 정동영을 지지한 이래로 그에 관해서 많이 공부를 해서 잘 일고있다. 그의 실패가 그의 실수가 무엇인지도 잘 안다. 그는 뉴욕에서 사는 한 과학가가 자기를 지지하는정도로 알고있을것이다. 그 지지가 자기에게 득이 되였는지 해가 되였는지 아직 모른다. 그저 과학가 답게 앞뒤를 계산하지않고 지지했을뿐이였다.

 

우리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서 그가 이 나라의 천년미래를 그리고 있는 청사진을 보았다. 실패와 실수를 통한 성숙한 그림이였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마치 푸라톤의 철인정치의 실천을 읽을수 있었다. 과연 그가 실패와 실수 그리고 그 많은 고통과 번민이 없었더라면 내가 과연 그의 얼굴에서 국가와 미래의 천년청사진을 읽을수있었을까?

 

약 한시간후 우리는 해여젔다. 나는 그냥 카페 의자에 앉아서 투벅투벅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 무거운 국가와 민족의 짐을 지고 가는 그의 뒷모습에 경의를 보냈다. 그가 떠난뒤 나는 뚜껑이 열린 포카리스 음료를 입에도 대지않았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혼자 마시면서 한시간 혼자 더 있었다.

사람이 이권에 눈이 어두우면 사물을 보지못한다. 이권이란 지역도 있을수있고 학연도 있을수있다. 어느 한 후보의 승리에 자기의 생활이 걸려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실패와 실수를 마치 위대한 발견이나 한것 처럼 손가락질하는 언론이 여론을 만들어 정직한사람들을 정직하지않은쪽으로 몰고 가는것도 보았다.

 

과연 이런 이권에 눈이 가려진 사람들이 정동영의 얼굴에서 국가미래의 청사진을 볼수있을까? 그가 부르짖는 얘기가 귀에 들어올수 있을까? 귀 있는자는 들을지어다. 성경에 6번이나 나오는 이 구절이 그렇게도 절실한 이유는 무엇이였을까?  

 

투벅 투벅 거러가는 정동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아마도 그 애정은 이 국가와 이 민족에 대한 애정이 아니였는지 모른다. 강성종 

Posted by 쿼바디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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